페루 정부가 반란 시도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시 차베스 전 총리에게 망명을 허가했다며 멕시코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3일(현지시각) 페루 외교부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페루 공화국 정부는 멕시코합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기로 했다”며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반란 시도 이후 멕시코는 페루 내부 문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간섭해 왔다. 이는 국제법이 인정하는 주권 및 내정 불간섭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적대적 행위의 연장선에서 멕시코 정부는 최근 페루 리마 주재 자국 대사관을 통해 차베스 전 총리에게 외교적 망명을 허용했다”며 “멕시코 정부가 페루와의 관계 유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적었다.
멕시코는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과 함께 반란을 모의했다는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차베스 전 총리의 망명 신청을 최근 받아줬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국회에서 탄핵당한 이후 구금돼 현재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멕시코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페루의 일방적 결정을 거부한다”며 “멕시코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합법적 행위에 비해 (페루의 조처가) 과도하고 불균형적이다. 페루 내정에 대한 개입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1954년 외교 망명에 관한 협약(카라카스 협약)을 완전히 준수해 차베스 전 총리의 외교적 망명을 허가했다”며 “그는 2023년에 체포된 이후 정치적 박해를 반복적으로 받았고,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한, 멕시코 헌법 제 11조(망명의 자유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외교적 망명을 허가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진보적 성향의 멕시코 정부는 ‘첫 빈농 출신’ 대통령으로 주목받았던 사회주의 계열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측근의 부패 의혹 등으로 2022년 12월 탄핵된 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암로) 당시 멕시코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 멕시코 망명을 받아들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현 멕시코 대통령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수감 중이다. 멕시코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깊은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 박해와 차별에 대한 심각한 선례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자유가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소셜미디어에 밝힌 바 있다.
암로 전 멕시코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후 집권한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을 “권력 찬탈자”라고 비판하고, 2023년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멕시코는 페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불참하는 등 볼루아르테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거리를 뒀다. 이에 페루 정부는 자국 대사를 멕시코로부터 철수시키고 멕시코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한 바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