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종욱 작성일 : 2011-04-06 10:15:14 조회수 : 2,010
국가 :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화원인가 자연인가

 

코스타리카는 중미의 화원으로 불린다. 연중 꽃이 피고 지는 녹색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 국토의 13%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자연보호구역이나 기타 녹지대를 합치면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절대 녹지인 코스타리카가 중미의 화원으로 불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보였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중앙 고원 지역이나 수도 산 호세에서도 조금만 주변으로 나가면 바로 짙은 초록으로 에워싸인 자연과 만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바나나와 커피, 파인애플의 집산지였던 점도 국토가 초록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스타리카에서 유명한 커피 농장인 까페 브릿(Café Britt)을 방문했을 때에는 붉게 익어가는 커피 알갱이와 함께 많은 나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원이라는 개념에는 문명인들의 편견이 따른다. 아니, 문명인이라기보다는 도시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경험한 현대 도시인들의 편견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우스갯말로 전원주택을 노래처럼 반복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연 녹지의 실상과 마주하면 놀라움과 실망을 경험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헤집으며 살아간다는 인위적인 정원과 꽃밭에 익숙한 현대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개념은 늘 모호할 수밖에 없다.

중미의 화원, 코스타리카에 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루이16세 시절의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정원은 인위적인 손길로 가꾸어지고 조작된 자연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코스타리카의 자연은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낯선 이방인들에게 화원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일 수 있을 것이다. 태고적 자연의 모습을 ‘자연답게’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무장 지대가 훗날 국립공원이 되었을 경우, 정원을 꿈꾸며 방문을 한다면 당연히 실망할 일이다. 자연의 모습은 형태와 크기, 꽃의 색깔 등을 배려하여 심고 다듬어 놀이동산의 꽃동산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고리를 안정되게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모습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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