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0-10-07 21:04:14 조회수 : 1,707
국가 :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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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미의 나라이자 이번 월드컵에서 1982년 이후 28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온두라스에서 1년반을 살았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 때문에 중남미 사람들, 그러니까 히스패닉인들에게 어느정도의 호의를 가지고 있다. 비록 대부분 미국의 한국인들이 그들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왔을때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빨리'라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인들이 중남미 나라들에 갔을때 가장 먼저 배우는 스페인어는 아마 '마냐나(Manana)'일 것이다.

바로 '내일'이라는 뜻으로, 뜨거운 날씨 덕분인지 중남미인들은 '오늘 일을 내일하라'라는 규칙을 지키길 무척 좋아한다.

한국인들 입장에선 속이 터지는 일이겠지만, 그래서 무슨 작업을 해라 뭘 해달라라고 하면 그들은 주로 '내일하자'라고 답변을 하곤 했고 나의 온두라스 생활중에서도 자주 볼수 있던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축구에서만큼은 정말 열심이다.

내가 처음 온두라스에 가게 되었을때, 한국에 있던 학교 선생님들이 농담삼아 주의를 주며 온두라스는 축구에서 졌다고 전쟁 일으켰던 나라니까 조심하라고 말했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가 온두라스와 경기를 해서 이겼다고 말이다.

 나는 축구에 관심이 없어 잘 몰랐지만 이는 사실이었다.(물론 그 전쟁이 오로지 축구때문이었던것은 아니지만 축구가 촉매제가 된 것은 맞았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는 그 학교의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그 친구들은 정말 시간만 나면 축구를 했다. 단지 학생들뿐이 아니었다.

어느 거리를 나가봐도, 주말이어도 그들은 축구밖에 안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두명 이상 모이면 무조건 축구를 했다.

당시 상당히 가난한 나라였던 온두라스였지만 주말 축구경기장에는 관객이 가득찼다.

온두라스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더 나아가 브라질등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축구밖에 몰랐다.

그리고 뉴욕에 온 후 이것을 더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미국에서의 축구는 사실 큰 인기가 없다.

물론 최근들어 인기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긴하나 그것도 최근일이고 상당히 요즘까지도 축구는 여자들의 운동으로 알려져있을 정도였다.(여 중고생들이 방과후 운동으로 축구를 많이하고 이로인해 생겨난 사커맘(Soccer mom)이라는 단어 덕분에.)

하지만 미국의 갈수록 늘어가는 중남미 이민 인구 덕분에 축구의 위상 또한 갈수록 달라질수 밖에 없었다.

평일이던 주말이던 중남미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의 바에서는 매일 저녁이면 축구경기 중계한다는 포스터가 달라붙는다.

 

자신들의 나라와 멀리 떨어진 미국땅까지 와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축구 사랑은 계속된다.

뉴욕 플러싱에 위치한 플러싱 메도우 파크(Flushing Meadow Park). 이 곳 내부에는 축구 필드가 여러개가 있는데, 주말이면 이 중남미인들의 사회인 축구팀들의 치열한 경기로 축구장이 모두 대 만원이 된다.

오랜만에 들려본 메도우 파크에서 여전히들 혼신을 다해 경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이 드신 분들부터 젊은 친구들까지. 그들의 축구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온두라스도 사실 축구를 못하는 나라가 아니다.

하도 축구강국들 사이에 끼어있다보니 예선 통과의 기회가 많치 않아 그렇지.

 

이렇듯 축구를 인생으로 생각하는 이런 분위기의 나라들. 그중에 우리의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도 있다.

이런 국민성을 생각하면 월드컵 때가 아니면 축구가 크게 조명받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이 정도 축구를 하고 있다는게 놀라운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는 배경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니까.

야구도 그렇지만 축구도, 공을 둥그니까 굴러봐야 아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며, 덤으로 온두라스도 이번에 잘했으면 좋겠다.

축구밖에 모르는 중남미 선수들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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