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1-05-24 13:54:00 조회수 : 544
고상권 우루과이 한인회장
(서울=연합뉴스) 우루과이 한인회장 고상권(51)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배를 타다 보면 때로는 거센 바람과 폭풍우를 만나기도 한다"며 "인생도 마찬가지라서 시련이 닥쳐와도 인내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 사고에 이은 삼청교육대 입소, 그리고 페르시아만 등지를 떠돈 10년 간의 원양어선 생활 등 `우여곡절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2011.5.24 noanoa@yna.co.kr


이민 21년 연매출 1천달러 선박대리점 운영
"고난의 인생, 인내.성실로 극복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선박 사고에 이은 삼청교육대 입소, 그리고 페르시아만 등지를 떠돈 10년 간의 어부 생활...

   200여명 남짓한 우루과이 한인사회의 `터줏대감' 고상권씨(59)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우여곡절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

   남미대륙 남동부의 대서양에 면한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정착해 21년을 살면서 이제 선박대리점을 대리 운영하며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한인회장이라는 `감투'도 썼지만 젊은 날 그의 삶은 고생스럽기만 했다.

   1981년, 그는 부산-여수를 왕복하던 여객선의 선장이었다. 선장의 꿈을 품고 경성대학 항해과를 졸업한 뒤 1977년부터 항해사로 북미 대륙과 유럽, 동남아 등지를 숱하게 오간 끝에 비로소 꿈을 이룬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같은 해 6월17일 안갯속을 운행하다가 다른 여객선과 정면으로 충돌해 양쪽 선박이 침몰했다. 승객과 선원 150여명은 모두 구조됐지만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에 구속된 고씨는 서슬퍼런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지옥과도 같은 한 달을 보냈다. 고씨는 "선장이 됐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며 "삼청교육대는 인간대우가 없는 곳이었고 과거를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였다"고 회상했다.

   삼청교육대에서 나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던 고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페르시아만행 원양어선을 타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이후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6년, 스페인 라스팔마스 원양어선 기지에서 4년을 보냈다. 2∼3년에 한번씩 가족을 보기 위해 일시 귀국한 것을 제외하고는 10년의 세월을 줄곧 바다 위에서 살았다. 몸무게가 12㎏이나 줄어들 정도로 고된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우루과이에 진출한 한국의 선박수리공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1990년 떠돌이 생활을 정리했다. 당시 무역항인 몬테비데오에는 한국 어선 50여척이 조업 중이었고 20여 가구의 한국 교민들도 대부분 선박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경제상황은 우리나라보다 10년 뒤처졌지만 평화롭고 인정 넘치는 곳이었다. 연봉 5천만원을 받으며 비로소 행복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취업 2년 만에 한국인 사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제2의 시련기에 봉착했다. 7만5천달러에 이르는 빚을 고씨가 떠안게 된 것이다.

   그는 "현지 선박공장에 취직해 하루 17시간 이상 일했고, 야간작업을 맡아 3년 동안 단 하루도 새벽 4시 전에 잠든 적이 없었다"며 "삼청교육대까지 다녀온 마당에 머나먼 타국에서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진 고생 끝에 빚을 다 청산하고 1995년 선박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이듬해에는 아내와 아들, 딸을 우루과이로 불러들였다.

   그간 한국의 외환위기, 인접국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에 따른 금융위기 등 수차례 난관을 겪었지만 초심을 잃지않고 사업에 매진해 선박대리점 대리 운영과 선식업(선박에 부식을 조달하는 일)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에 있는 선주를 대신해 우리과이 현지의 어선 30척과 선원들을 관리하는 선박대리점은 연간 1천만달러(10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우루과이의 중견 업체로 성장했다.

   고씨는 "주저앉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사람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버텼다"고 했다.

   그는 "배를 타다 보면 때로는 거센 바람과 폭풍우를 만나기도 한다"며 "인생도 마찬가지라서 시련이 닥쳐와도 인내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5/24 07: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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