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1-03-22 14:42:27 조회수 : 964

브라질.베네수.볼리비아.쿠바 반대..칠레.페루 등은 '어정쩡'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인정 움직임과 판박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중남미 국가들이 서방의 리비아 공격에 대해 갈수록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국가가 서방의 리비아 공격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좌파 또는 중도좌파가 대세를 장악한 중남미 지역의 특성상 서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가장 주목할 것은 중남미 최대국이자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브라질의 움직임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서방의 리비아 공격에 대해 말을 아꼈다.

브라질을 방문하는 동안 리비아 공격 지시를 내린 사실에 내심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브라질 외교부는 21일 오전 오바마 대통령이 출국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개입이 민간인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애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리비아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지난 17일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군사적 개입을 승인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다른 브릭스(BRICs) 국가, 그리고 독일과 함께 기권했다.

   외교부는 "현재의 리비아 상황은 안보리의 결의안 표결 당시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해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이 결국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좌파 정권들은 미국에 대해 연일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격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관영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서방의 리비아 침공은 '적절치 못한 전쟁'"이라며 공습을 지시한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쿠바 외교부도 성명에서 "리비아에 대한 외세의 개입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리비아 사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서방의 리비아 공격을 '제국주의자들의 미친 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이번 군사작전은 리비아 석유를 노린 전쟁으로 서방 국가들은 리비아 국민의 생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서방의 군사행동이 석유 통제권을 쟁취하려는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수상한 노벨 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카스트로와 차베스, 모랄레스의 주장은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의 입장과 동일시된다.

   ALBA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차베스 대통령의 주도로

2004년 12월 결성된 중남미 지역 좌파블록으로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와 카리브 해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중남미에서 미국과 비교적 가까운 사이인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등은 리비아 공격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이를 '묵시적 지지'로 해석한다.

   서방 연합군의 리비아 공격에 대한 중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인정 문제와 거의 오차 없이 겹친다.

   남미에서는 전체 12개국 가운데 11개국이 팔레스타인 주권국가를 공식 인정했다.

중미에서도 쿠바,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이 팔레스타인 주권국가를 인정한 상태다.

   남미 11개국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지를 점령하기 이전의 국경선을 팔레스타인 주권국가의 국경선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아직 팔레스타인 주권국가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칠레와 페루는 팔레스타인 주권국가를 인정하되 국경선 인정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중남미 국가들이 리비아 공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미국-중남미 동맹관계 구축 구상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를 순방하고 있으며, 칠레에서는

"미국과 중남미는 지나간 역사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 리비아 사태를 지켜보는 중남미 국가들이 오바마의 생각을 순순히 따라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2 13:29 송고

 

 

원문보기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3/22/0607000000AKR20110322113700094.HTML?audi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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