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22-06-23 13:50:33 조회수 : 66
국가 : 멕시코 언어 : 한국어 자료 : 경제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22-06-22
원문링크 : https://www.yna.co.kr/view/AKR20220620006600087?section=international/centralsouth-america

21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필수 먹거리'도 사라질 판

물가 상승·경제성장 둔화에 빈곤층·빈부격차 확대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1년 전만 해도 싸게 나올 때는 3㎏도 이 가격에 샀는데 말이죠"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슈퍼마켓을 찾은 베아트리스 에스쿠티아(40) 씨는 ㎏당 27.50페소(약 1천735원)이 적힌 토마토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스쿠티아 씨는 내키지 않는 손으로 토마토를 집어 들며 "이런 건 비싸도 안 살 수는 없다"며 "대신 고기 같은 걸 많이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충격에서 멕시코도 비켜서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의 물가 상승률은 연 7.65%(5월 기준)다. 4월 연 7.68%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다.

식료품만을 놓고 보면 상승률이 연 12.1%(3월 기준·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 통계)에 달한다.

장보기에 동행한 멕시코시티 시민 에스쿠티아 씨는 서민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 상승 폭이 그보다도 더 크다고 했다.

"토르티야는 1㎏에 9페소 정도 하던 게 16페소로 올랐어요. 저 30페소짜리 파파야도 예전엔 12페소쯤 했었고요. 아보카도도 너무 많이 올랐죠."

 

에스쿠티아 씨는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받는 월급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한다.

그는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들고 장을 보러 가도 사온 양은 적다"며 "먹는 걸 줄이는 건 한계가 있어 옷처럼 줄일 수 있는 걸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했다.

멕시코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아보카도는 생산지의 치안과 기후 문제 등으로 공급이 줄면서 1년 새 가격이 83%(멕시코 통계청 기준)나 올랐다.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리디아 씨는 "예전보다 확실히 아보카도를 적게 사고 적게 먹는다"며 "예전 가격을 생각하면 선뜻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적응하기 위해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모든 멕시코 서민의 과제다.

운전기사로 일하는 로베르토 구티에레스(38) 씨는 "기름값도 오르고 안 오른 게 없다"며 "밖에 나가면 다 돈이라 가족끼리의 외출을 줄였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2년째 거주 중인 한인 윤모 씨는 "멕시코 채소·과일이 한국보다 매우 싼 편이라 처음엔 가격표도 안 보고 샀는데, 요즘엔 가격을 보고 흠칫 놀랄 때가 있다"며 "세일 상품을 주로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중도좌파 정부는 물가 방어를 위해 여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기업들을 압박해 가격 동결 약속을 받아냈다. 필수 식료품에 대해선 가격 관리를 특히 강화했다.

빈곤율이 40%가량에 달하는 멕시코에선 물가 상승이 서민 가계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멕시코시티 지하철 요금은 2013년 이후 9년 동안 5페소(약 315원)에 동결돼 있고, 정부가 보조금을 늘려 휘발유·경유 가격 인상도 최소한으로 막으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7일 휘발유와 전기 요금이 연내 현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식 토르티야나 흰 빵, 채소 등은 최근 계속된 오름세에도 여전히 한국보다 훨씬, 멕시코의 외식 물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싼 편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이 월 5천255페소(약 33만1천500원)인 멕시코에선 4∼5인 가족이 하루 1㎏쯤 먹는 토르티야 가격이나 연료비가 단 몇 페소만 올라도 큰 부담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은 결국 빈곤율 상승과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멕시코시티 시민 베로니카 킨테로(52) 씨는 "가난한 사람들은 토르티야와 빵만 먹고 지하철을 타야 한다"며 "생존은 가능하지만 상대적인 삶의 질은 계속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나 보조금 투입 등의 물가 방어 수단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 0% 안팎의 성장에 그쳤던 멕시코 경제는 지난 1분기에야 1%가량의 성장을 회복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지나친 금리 인상이 경제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경제가 크게 연동된 멕시코에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역시 큰 먹구름이다.

로헬리오 라미레스 델라오 멕시코 재무장관은 이달 초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과 같은 큰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가 이상적인 상황에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며 "모든 분야에서 완전한 회복을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CAL)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가파른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로 멕시코 등 중남미의 빈곤이 심화할 것이라며, 멕시코 인구 160만∼250만 명이 추가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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