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문가오피니언] 에콰도르 ‘현재적’ 정치동학: 2018년 에콰도르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8-04-06 14:38:32 조회수 : 500
국가 : 에콰도르 언어 : 한국어
원문링크 : http://www.emerics.org/www/issue.do?systemcode=06&action=detail&brdctsno=242040
출처 : EMERiCs 중남미
발행일 : 2018-04-05

 

에콰도르 ‘현재적’ 정치동학: 2018년 에콰도르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에콰도르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21세기 에콰도르 발 가칭 ‘시민혁명’ 이후 지난 10년간 지속된 이념적 가치에 대한 내부적 ‘반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즉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2007-2017)과 같은 당 출신의 레닌 모레노 현 대통령 간의 이견대립이 극렬해졌다. 모레노 대통령은 코레아 전 대통령 1기 정부 출범 이후 부통령 등 여러 요직을 섭렵하며, 코레아 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으로 집권 여당 (국가연합당, Alianza PAIS) 기치아래 정권을 재창출 했다. 해외 주요 및 에콰도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레노 현 대통령은 코레아 전 대통령의 ‘아바타’ (Avatar) 또는 꼭두각시 (puppet)로 치부 될 정도로 유사한 정치․경제적 스펙트럼으로 ‘21세기 사회주의’ 거대 담론 속 ‘시민혁명’ 프레임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 정권의 핵심이었던 호르헤 글라스 (Jorge Glas) 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구속 및 실형으로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그리고 집권여당과 각을 세우며 선 긋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부 전․현직 대통령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2018년 2월 4일 “국민과의 협의”라는 명의 아래 실시된 에콰도르 헌법개정 국민투표, 이 투표결과로 코레아와 모레노는 마침내 정적 (political opponent)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정치적 동반자였던 두 사람이 왜 정적으로 돌아서게 되었을까? 에콰도르는 현재 어떠한 정치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에콰도르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가 시사 하는 바가 무엇인가? 등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에콰도르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 분석을 담아내며 풀어 보도록 한다.

 

2018년 헌법 개정 실시 배경 및 경과

 

2006년 12월 가칭 ‘시민혁명’ 으로 정권을 창출한 코레아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연임 (1회허용) 안이 포함된 신헌법 개정으로 2009년 재당선되었다. 그 후 2015년 코레아 전 대통령은 시민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취지로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안을 의회를 통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 등의 이유로 코레아 전 대통령은 이 수정안 적용을 2017년 이후로 약속하며, 2021년 실시될 대선으로 정권 재창출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이전 정부의 사회 민주주의 정책 기조를 계승할 레닌 모레노가 집권 여당의 후보로 등장하며, 기예르모 라소 (Guillermo Lasso) 여당 후보를 2.8% 차이로 따돌리며 2017년 정권 이양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 또는 기대와 달리 모레노 현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함과 동시에 전 정부와 결을 달리 하는 일련의 정책기조를 펼쳤다. 더욱이, 전 정부의 비리의혹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통한 적폐청산 그리고 전 정부와의 ‘극도로’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전통엘리트 (traditional elites)와 민간언론 (private mass media)과의 관계 개선을 천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시민혁명의 유산 지우기에 대한 반응으로, 코레아 전 대통령은 모레노 대통령을 일컬어 “배신자” 그리고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난하며, 지난 9월경 차기 대권 후보로 나설 것을 밝혔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된 10월 2일, 이에 대한 대응으로, 모레노 대통령은 헌법 재판소에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에 대한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문제 제기는 헌재 소속의 재판관 9명 중에 적어도 7명이 전 정부의 인사임에 기각되었으며, 이에 모레노 대통령은 이 사안을 국가 선거관리위원회 (National Electoral Council)에서 다루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월 2일 국가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투표를 2월 4일 치르도록 결정하며, 국민들에게 그 ‘공’을 넘겼다.

 

에콰도르 헌법개정 국민투표, 7개 안건 모두 통과

 

2월 4일 실시된 헌법개정 국민투표에는 모두 7개의 안건이 상정되었다. 정치 분야 3건, 환경 분야 2건 그리고 사회와 세금 분야가 각각 1건이었다. 에콰도르는 지형으로 Costa (해안지역), Sierra (안데스산악), Oriente (아마존지역) 그리고 Galapagos (군도)로 모두 4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 지역마다 각각 7개, 10개, 6개, 그리고 1개 주 (province)로 구성되어 있어, 모두 합하면 24개 주가 된다. 이번 투표는 총 유권자 대략 1300만 명 가운데 모두 970여 만명이 투표해 74.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안건별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아래 <표1>와 같다. 7개 안건에 대해 모두 60%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이 통과 되었다. 안건에 대한 남녀 성비율을 보면, 참여한 남녀 비율이 비슷하지만, 여성 유권자들이 모든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각 안건별 주요 내용 및 분석

 

“몬테크리스티 (Montecristi) 헌법을 회복함으로 모든 대중선거는 단 한 차례의 재선으로, 2015년 12월 3일 국회 개정안 (무제한 재선가능)에 의해 승인된 법안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데 동의하십니까?”에 대한 질문은 앞서 표 1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64.2%가 찬성했다. 이는 코레아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2015년 코레아 집권 당시 의회를 통해 헌법을 개정함으로 연임제한을 철폐하며 장기집권의 초석을 마련했지만, 후임인 모레노 현 정부에 와서 제도적으로 단절 시켜버렸다. 한편, 일부에서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이러한 중요 제도가 헌법개정 국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너무 쉬이 바뀔 수 있다는데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두 번째 주요 안건은, 시민참여/사회통제이사회 (Consejo de Participacion Ciudadana y Control Social) 구성에 대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다. 에콰도르의 헌법 제 118-269조에 따라 헌법상 국가구조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시민참여 ? 사회통제위원회, 그리고 선거관리기관으로 모두 5부로 구성되어있다. 일반적인 3권 분립체제에, 에콰도르는 시민참여, 사회통제위원회와 선거관리기관이 독립된 기관으로 그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시민참여, 사회통제위원회의 재구성에 대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의 결과 (63.08% 찬성)로, 현 이사회 이사 임기가 종료되고, 임시이사회가 구성되어 그 권한을 대신하게 되었다. 더욱이 시민참여/사회통제 이사회 이사의 선정방식도 추천이 아닌, 일반선거에 의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시민참여/사회통제 이사회는 7명의 정이사와 7명의 부이사로 구성되어있으며 감사기능 이외에 대법관, 헌법재판관, 선거관리위원장, 검찰총장, 감사원 등 주요 인사 선출과정을 관장하는 기관인데, 이러한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즉각적 임기 종료로, 라파엘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여건이 마련되었다.

 

세 번째 헌법 개정 주요 안건은 ‘아수니 국립공원 유전개발 제한’과 관련된 것이다. “무형 지대 (la zona intangible)를 5만 헥타르 이상으로 확대하고 야수니 국립공원의 석유 착취허가 면적을 1,030헥타르에서 300헥타르로 줄이는데 동의하는가?” 에 대한 헌법개정 국민투표 질문에 6,337,768명이 동의를 하며 67.31%로 본 안건이 통과 되었다. 야수니 (Yasuni) 국립공원 내 Ishipingo-Tambococha-Tiputini 일명 ITT 지구를 중심으로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 대한 석유 시추가 지난 2016년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2020년 까지 이 지역에 일일 22만 배럴 원유 생산 목표를 설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본 안건의 통과로 이 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으로, 현지 원주민 인권 보호 및 헌법 제7장에 명시된 자연권 수호를 증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ITT 지역은 코레아 전 정부의 술사로 국제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었다. 코레아 전 정부가 자연권 (rights of nature)을 헌법에 명시하고, 이 ITT 지역에 대한 개발권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Yasuni ITT initiative를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공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야수니 국립공원 내 ITT 지역의 개발을 포기 하는 대신에 국제사회에 환경분담금 즉 경제적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제사회로 부터의 기금 조성 실패로 코레아 전 정부는 ITT 개발 포기 선언을 번복하며, 야수니 ITT 지역에 대한 개발을 중국과의 합작으로 진행했다.

 

또한, 세금과 관련된 것으로 부동산 초과이익환수법 (ley de Plusvalia) 폐지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부당한 부의 축적을 막는 다는 취지로 부동산 매매 초과 소득에 75%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인 초과이익 환수법이 에콰도르 건축 시장을 위축시킴에 따라 국민투표 결과 63.01% 지지로 폐지가 되었다.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의 편중현상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한 현 정부의 폐지는 단순히 건설경기 부양책을 위한 것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모레노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기조를 엿 볼 수 있는 주요 안건이다.

 

2018년 헌법개정 국민투표 결과의 총체적 의미


앞서 언급한 바대로,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21세기 에콰도르 사회주의 국가의 코레아와 모레노가 ‘실상은’ 동상이몽이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코레아의 정책을 지지했던, 에콰도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反코레아 정책이기 보다는 親모레노로 돌아섰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에콰도르도 21세기의 첫 10년 라틴아메리카에 거세게 휘몰아쳤던 핑크타이드 (온건좌파)의 정치적 이념 스펙트럼의 퇴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 경제성장 우선주의 정책이 등장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본 국민투표 결과로 에콰도르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결과는, 경제성장이 문제였다. 아래 그래프 1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에콰도르는 2011년 7.9%의 경제성장률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며, 2016년 도에는 -1.5%의 경제성장률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이 세계 경제성장, 선진국 그리고 개도국 성장률 대비 에콰도르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IMF와 World Bank에 따르면, 2020년대에도 에콰도르는 1% 중후반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원유가 전체 수출 대비 50%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의 안정성이 에콰도르 경제의 주요 지표가 되고 있다. 특히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이후 에콰도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였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에콰도르의 경제적 침체가 ‘탈’시민혁명 정치, 즉 ‘탈’코레아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17년 대선에서 코레아 당시 집권여당의 후보로 모레노가 당선되었지만, 우파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였으며, 2차 결선투표에서도 3%가 채 안 되는 표 차이로 신승을 거둔바 있다. 더욱이 2017년 (1차) 대선투표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오리엔트지역, 즉 원주민 및 상대적으로 경제적 빈곤층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마존 지역은 코레아 전 정부의 이념적 정치에 대한 이율배반적 모습에 기인한 실망감으로 오히려 역설적으로 라소 후보를 지지했다.

 

한 역설적으로 에콰도르의 부유층이 집결해 있는 코스타 (Costa)지역에서는 모레노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종국에는 모레노 후보가 코레아 전 대통령의 후광을 힘입어 당선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대로, 코레아 전 정부의 유산, 특히 대중인기연합정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시민혁명 한계의 노출이 경제의 제한적 성장과 그 궤를 함께 하고 있음이 확인 되었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24개주 전체의 주 (Manabi 주 제외)에서 헌법개정 국민투표에 코레아 전 정부의 정책적 유산을 파하고,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초래 되었다.


에콰도르 정치 전망

 

에콰도르 현 대통령의 정치적 태생은 좌파의 이념을 ‘장착’ 했지만, 현 정부 출범이후 헌법개정 선거 등 일련의 정책 등을 살펴보면, 모레노 행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입각한 우파정치를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남미 (안데스) 정치 지형도 (landscape)에서 보면 에콰도르는 칠레와 콜롬비아, 페루 등과 같은 정치이데올로기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모레노 행정부는 좌파 지역 공동체인 ALBA (Alianza Bolivariana para los Pueblos de Nuestra America) 와 대척점에 있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태평양 동맹 (Pacific Alliance) 지역경제통합제도 참여의사를 밝히며, 코레아 전 대통령의 지역 외교정치와의 단절을 표방했다. 국내 정치에서는, 정부 예산삭감의 명분으로 역시 전 정부의 유산인 에콰도르 국가 정보원 (SEANIN)의 해산 등 이전 정부의 제도적 구조 (architecture)의 탈피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도우파 야당의 기회창조당 (CREO)의 기예르모 라소의원 등을 위시로 우파 정치인들이 모레노 행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형국이다.

 

2018년 2월 4일 실시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21세기 에콰도르 정치사에 큰 분수령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코레아 전 대통령은 ‘투표 쿠테타’로 규정하기도 했으며, 코레아 자신의 정치적 플랫폼인 시민혁명의 이름을 따 ‘시민혁명당’을 새롭게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에콰도르 정치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번 헌법 개정 국민투표로 이전 정권의 10년을 결산하고, 친시장 (business-friendly) 정책으로 우회했으며, 부패인사의 척결 그리고 전 정부의 정치제도에 대한 차별화로 국정운영에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모레노 현 정부가 우세한 형국으로 국내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코레아 vs 모레노‘ 간의 제2라운드의 정치 대결 국면은, 자원에 기댄 경제 성장이 에콰도르의 현재적 경제성장 모델임에 이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의 다변화 및 다원화 정도에 따라 제 2라운드의 온전한 승리자가 결정될 것이다.

첨부파일 : 전문가오피니언_에콰도르+‘현재적’+정치동학_이태혁.pdf [38건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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